공지사항

[맛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섬연구소장 강제윤의 자산어보 흑산도 밥상

삭힌 홍어는 그 지독한 냄새 때문에 기피 음식이기도 하지만 독특한 향과 톡 쏘는 맛의 매력 때문에 매니아들로부터 사랑받는 음식이기도 하다. 흑산도는 홍어의 본고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정작 흑산도 사람들은 삭힌 홍어를 잘 먹지 않는다. 옛날에는 삭히는 문화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섬에서는 바로 잡아온 싱싱한 홍어를 굳이 “썩혀”(삭혀) 먹을 이유가 없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도 언급되어 있듯이 삭힌 홍어는 뱃길이 만들어낸 내륙 나주 지역의 음식 문화였다.
“나주 가까운 고을에 사는 사람들은 즐겨 썩힌 홍어를 먹는데 지방에 따라 기호가 다르다”

흑산도의 삭힌 홍어 문화는 홍어 문화가 전국화되면서 관광 상품으로서 흑산도에 역수입된 것이다. 삭힌 홍어 맛을 본 관광객들이 찾으니 흑산도에서도 삭혀서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흑산도 노인들을 만나 삭힌 홍어에 대해 물어 보면 대뜸 “우린 삭힌 홍어는 잘 안 먹어”란 대답이 돌아온다.

삭힌 홍어가 탄생하고 꽃피운 곳은 홍어의 본고장인 흑산도가 아니라 나주나 목포 등 내륙 지역이었다. 평소 홍어의 주요 서식지는 백령도, 대청도 인근 바다다. 그런데도 흑산 홍어를 알아주는 것은 산란철이면 홍어들이 흑산도 인근 태도 서바다로 몰려들기 때문이다. 다른 생선들처럼 산란철 홍어가 더 살찌고 맛있어서 흑산 홍어를 최고로 친 것이다.

18세기 말 무역선이 표류해 오키나와, 필리핀, 중국 등을 떠돌다 조선으로 송환됐던 풍운아 문순득은 우이도(옛 소흑산도) 출신 홍어 장수였는데 그 또한 태도 서바다에서 홍어를 사서 영산포로 돌아가던 길에 난파를 당했다. 문순득 같은 홍어 무역상이 뱃길에서 삭힌 홍어를 만들어낸 원조다.

옛날 상인들은 태도 서바다에서 홍어를 비롯한 많은 생선들을 사서 영산강을 따라 나주의 영산포까지 팔러 다녔다. 날이 좋으면 짧은 시간에 도달할 수 있지만 풍랑을 만나면 뱃길이 길어졌다. 그때 다른 생선들은 모두 썩어서 버려야 했으나 홍어만은 썩지 않고 발효됐다. 유독 홍어만은 썩지 않고 발효된 것은. 홍어에게는 유난히 많은 요소와 요산이 있기 때문이다.

홍어가 죽으면 몸 속에 있던 요소와 요산이 분해되면서 암모니아 가스를 발생시킨다. 이 암모니아가스가 유해 세균의 번식을 억제해 썩지 않았던 것이다. 당시 홍어는 볏짚으로 덮어서 운반했다. 암모니아 덕에 썩지 않은 홍어는 볏짚의 발효 균주 도움을 받아 삭아서 발효됐다. 그렇게 삭힌 홍어 문화가 탄생했고 흑산도가 아닌 전라도 내륙 지방에서 꽃을 피우게 됐던 것이다.

흑산도에는 홍어 말고도 다양한 음식문화와 고래잡이, 조기 파시, 유배인 등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들이 깃들어 있다. 특히 유배문화는 뼈아프다. 섬사람들에게는 생활의 터전인 섬을 감옥인 유배지로 활용했던 왕조시대. 섬 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감옥에 살았다는 진실을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 고립과 고독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흑산도의 음식문화와 이야기들은 더욱 귀하고 특별하다.

지난 달에 흑산도의 토속 음식문화와 이야기와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방송을 촬영했었다. <허영만의 백반 기행>이다. 오늘 저녁에 방송된다고 한다. 채널이 별로 맘에 안들더라도 애틋한 섬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시청해 주시면 고맙겠다. 통상 60분 편성(실방송시간 47분)인데 버리고 싶지 않은 아까운 장면들이 너무도 많아 10분을 연장해 70분 편성(실방송 57분)으로 했다고 한다. 그만큼 흑산도의 가치가 크다는 이야기다.

[맛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섬연구소장 강제윤의 자산어보 흑산도 밥상”
방송 시간: 12월22일 일요일 저녁 8시50분
채널: TV조선 ( 방송사 VOD에서 다시 보기 )

 

 

 

 

 

 

제 5회 섬의 날은 “섬, 좋다”는 주제로 행정안전부와 충청남도, 보령시가 주최하는데 9~10일에는 섬연구소에서는 백섬백길 걷기 대회로 함께 합니다.

2024-07-30
섬소식

강제윤 소장이 [내일신문] 에 '백섬백길 걷기'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백섬백길과 침체된 섬의 활성화를 위해 100개의 섬길을 하나하나 소개 하는 기사입니다. 그 첫번째 기사입니다.

2024-07-30
섬소식